2003년작 일본작품 '칠석의 여름'을 보았다.
줄거리를 다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마치 여성감독이 찍은 양 '일본판 고양이를 부탁해'+'1969'+한국 영화 같았다.
1977년 7월 7일(행운과 칠석을 의미하는)에 시작된 영화는 그 당시를 부드러운 감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심하게 주인공들의 일상을 다루고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일본과 한국의 시각차이나
그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에 대해 보여준다.
아쉽게도 그 내면에 감추어진 깊은 속내는 드러내지 않지만
(상처입기 싫어하는 일본인 특유의 자존심을 감추고 있다)
여고생 영화처럼 미묘한 시각차와 고민등을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전반적으론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만든 작품이었지만,
두가지 단점이 있었다.
일본영화 특유의 템포로 잔잔함만을 강조하다보니 지루해졌고
이로인해 클라이막스의 감동이 약해지고 말았다.
쉽게말해 크게 한방을 노린것이 아니라 차분히 점수를 쌓아가는 게임을 노렸다고나 할까.
또 하나의 단점은 방금 말한듯이 일본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 점이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칠월칠석의 약속처럼 양국의 주인공이 만나 간절한 사랑을 나눈다.
단 하루만 주어진 소중한 기회.
늘 느낀 거지만 왜 일본과 한국은 서로 미워하는 애증의 관계가 되어야 하는가.
정치적 상황이, 경제적 상황이...그보다 큰 역사적 의미가...
모두 맞지만 늘 너무 미워하는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한해 150만이상의 한국인이 일본에 가고
일본인들이 쉽게 한국을 드나듦에도 불구하고
늘 벽을 느끼고 서로 경계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린 늘 일본에 이겨야하고 그런 일본인들은 우릴 또 미워하고..
처음 일본어를 배운 계기도
왜 일본을 욕해야 하나를 알고 싶었다.
역사속의 일본은 철저히 일방적인 가해자의 모습만 보여왔기 때문에
내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일본도 4번이나 방문하게 되었고,
일본드라마나 영화, 음악등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물론 3년간 펜팔도 하며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지만
나도 역시 늘 Question Mark이다.
이런 답답함을 이 영화에서 균형된 시선을 가지고 풀어주길 원했다.
일본은 자신들을 반성하고
한국은 좀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길 바랬다.
하지만 멜러물의 한계상 이 영화에선 주인공 이쿠코의
시선으로 편견을 가지지 않는 국적을 뛰어넘는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화끈하게 서로에게 사과하고
과거를 넘어 미래의 동반자가 되는 계기를 만들 영화를 기다리는
나의 바램은 너무 이른 걸까?
어릴적 2000년이 되면 통일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김일성이 죽고 김정일이 독재를 하고
50년간 한국역시 독재자들이 군림하고 부패한 정권이 자리잡으면서
그러한 소원들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일본과의 관계 역시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라는 원숭이의 역할도 크지만
우리도 그리 잘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일본인이라 미워하기 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더 인간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은게
나의 느낌이다.
한편의 영화를 보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