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yStory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샤이닝0 2009. 7. 22. 06:07

 

 

달은 어디에 떠있는가?

오랫만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의 뼈있는 코미디영화.

강충남이란 재일동포 택시기사와 필리핀 술집여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 단순히 러브 스토리가 아닌 그들(재일 외국인)의 생활과 아픔,
고뇌까지도 코미디로 소화시키고 있는 영화.

현재 일본에서 잘 나가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인 최양일 감독, 그는 재일 동
포로서 아직도 자신의 한국식 이름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자존심있고
뛰어난, 일본이 믿고 있는 실력파 감독 중 하나이다.

한때 오시마 나기사의 실력있는 조감독 중 한명으로 활약한 적도 있다.

그런 그의 출세작 중 하나인 "달은 어디에..."는 감독 자신의 문제인
재일동포문제를 일본 속의 재외국인 문제와 일본인 자신의 문제까지 포함시켜
그들의 사는 방식을 코믹하게 그려나감으로써 현대 일본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부담스럽지 않게 그려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이 영화는 끊임없이 관심과 질문의 여지를 남겨두어
관객에게 계속 현실을 환기시키고 있다.

재일동포 강충남은 북에 동생을 보내고 술집을 경영하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
아가고 있다. 그의 주생활지는 택시회사로, 동창생인 사장이 일본인, 재일
동포,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꾸려 나가고 있는 곳이다. 그러던 그는 술집에
서 일하는 필리핀인 코니를 알게 되고 사랑을 하게 된다.

고생은 많이 했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코니, 강의 끊질긴 구애에 코니도 사
랑하게 되지만 건달과도 같은 강의 행동과 시어머니와의 불화는 여기에도
끊이지 않게 된다.

한편 사장은 사업확장 중 재일동포 깡패 조직의 돈을 쓰게 되고 급기야 회
사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여기저기 일본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힘든 모습이 주인공을 지치게만
한다. 그러나 여기에 일본인들은 오히려 불법체류 외국인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누가 외국인 인지조차 모를 상황이다.

결국 마누라까지 잃은 일본인 택시 기사는 정신 병원으로 잡혀가고,

얀초라는 택시기사는 하염없이 떠돌며 문득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어디 있는지? 달은 어디에 뜨는지? 물어 본다.

자신의 자리 조차, 살아갈 방향조차 잃어가고 있는 일본인들,

아니 일본에 사는 사람들.

한편 사장은 회사에 불을 질러 채권을 태우고 깡패와 싸워 회사를 되찾는다.
갖은 고생끝에 헤어졌다 다시 만나게 되는 코니와 강.

그들은 택시를 타고 다시 길을 떠난다.

그들의 미래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라스트씬의 도쿄 타워를 보며 우리는 재일동포의 문제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새로운 문제로 제시되고 있는 재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영화속에서 강충남이 대표하는 것은 무얼까?

그는 평범한 택시기사이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그의 국적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결혼식장의 노래처럼 조총련 노래를,

아니면 노들강변을 부르듯 쉽게 변경되거나 정의될 수 있을까.

또 하나는 코니의 직업이 술집에 오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쩌면
몸을 파는 것처럼 그도 그의 택시에 탄 누구라도 그에겐 최고의 손님이 되는
것이다.(그는 여느 택시운전사처럼 친절을 최고의 서비스로 여긴다.심지어
돈을 안 낸 손님에게도) 그 역시 일종의 술집여자인 것이다.그런 같은 부류의
사람들의 사랑 조차도 쉽지 않다. 일본인도 아니면서 조선인이기에,

필리핀인이기에 연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이 영화 속의 숨겨진 본질 문제처럼...

그렇다면 코니는. 어쩌면 엄청난 수가 될 수 있는, 가족을 위해 해외에서
궂은 고생도 마다않는 여인일 것이다.(불과 얼마전엔 한국인이 더 많았다)
술집에서 일하지만 조국에 돌아가서 가족과 사는 게 그녀의 최대 소원이자
행복인, 주인공 강만을 사랑하는 순수하지만 약간은 세파에 찌들은 여자.
그리고 사장은 교포사회의 성공한 인물상이 될 수 있다. 슈퍼마켓, 술집,
빠징코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성공한 그들. 그러나 그들의 경제적 성공이
사회적 성공이 될 수 있을까?

정신병원에 가면서도 조선인은 싫다고 외치는 일본인, 전후세대임을 강조하
며 종군위안부를 이야기하다 택시값을 안내려고 도망치는 일본인(결국 주인
공이 끝까지 뒤쫓아가 잔돈까지 정확히 받아낸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일본인들은 전혀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거의 10년쯤전에 제작된 영화이지만 아직도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하는 현실
이 엿보인다. 분명 우리에게 많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이다.

끝으로 실제 재일교포로 연기력을 인정받아 TV탤런트를 하는 주인공(이름
이 생각안남)과 코니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돈 벌이는 잘 돼요?"... "그렁그렁하네요"...

그들의 수수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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