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선택한 계기는 황정민과 류승범의 액션영화라는 것이다.
나름 스타일을 가진 두사람이 어떤 식으로 충돌하고
누구의 연기가 어떤식으로 펼쳐질 지가 궁금했다.
'바이준'과 '후아유' 등의 영화를 만들어온 최호 감독은
이전 주목받는 영화지만 관객들에게 A를 받지는 못하는 감독이었다.
이유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온 탓인지
한국 영화 나름의 빠른 템포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생결단' 역시 그런 면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수작임에는 분명한데도 3가지가 빠져있었다.
액션 영화 나름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빠른 템포,
주인공들이 사생결단을 걸어야만 하는 이유(당위성) - 이 당위성이 부족해서
관객과의 거리가 벌어져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거나 동화되기 힘들다.
따라서 감동이 약해진 이유도 이 당위성을 연결시키지 못해서 이다.
세번째는 사실성을 앞세우다 보니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가 부족해진다.
사건은 있다.
하지만 순식간에 펼쳐지는 액션이 아니라 현실은 이렇다 정도의 액션이라
현실성은 높을지언정 액션영화로서의 점수는 낮을 수 밖에 없었다.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건 어떤 장르일까 무얼 전해주려는걸까 고민이 되었던 점이다.
물론 주인공 두사람의 역할 크기 만큼이나
누가 더 나쁜 놈인가의 개싸움에 초점이 주어졌다면 더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관객은 돈을 지불하고 그 영화를 감상하는 만큼
철저히 상업성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액션영화란 부족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추자현의 과감한 노출이나 섹스신등 야한 장면부터 자동차 폭발신에 액션신까지
수많은 볼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편집의 부족을 느낄정도로.
잘 만든 영화는 순식간에 빠져들어 시계를 볼 세도 없이 끝나버린다.
모두 잘 만든 영화가 될수는 없지만 난 그런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간다.
감독은 시나리오까지 직접쓰는 애정을 보이고
배우들 모두에게 직접 얻어맞는 신을 넣으며 강렬한 애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관객과는 한 거리 떨어진 장면들이라
관객은 그렇게 가슴아파하거나 놀라지 않는다.
언제 핵폭탄 같은 장면이 나올까 기다리다가 한두번의 반전을 보고
아 쟤가 나쁜놈이구나 정도의 영화이다.
너무 실랄한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느낀게 그거니까.
그나마 어설픈 연기를 보일줄 알았던 류승범이 김희라를 향해 지난 괴로움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굉장한 호연을 펼쳤다. 정말 요 몇년 본 장면중 최고라 할 수 있겠다.
연기가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고 할까?
양아치 연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연기라서 기분좋았다.
하지만 모든 장면에서 그렇게 집중하지는 못해서 아쉬움이 컸지만
황정민이란 알찬 배우와의 연기싸움에서는 분명히 한수위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황정민은 비리형사에 이 영화의 중요한 한쪽 축을 맡아
자신의 충실한 연기를 보여준다.
때론 똘아이같고 때론 미친넘 같으면서도
본성이 형사인 자신의 역할을 정말 충실하게 맡아 열연한다.
아쉽다면 좀더 황정민을 살려주는 시나리오가 되었다면
더욱 악랄하거나 치열해서 꼭 도경장을 응원하고 싶어지게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한명 김희라. 뇌경색을 앓아서 다시는 연기를 못할 줄 알았지만
정말 혼신의 힘을 짜내어 연기하는 게 보였다. 물론 자신의 의지만큼 잘 표현되지는 못했지만
올드팬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레벨은 되었다.
그리고 추자현. 과감한 호연을 펼침에도 불과하고
그녀는 아직 작아보인다. 자신의 끼를 다 발산하지 못한다랄까.
자신이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해 내고 분신한 연기가 아니라
똑똑한 감독이 일일이 지시하는게 느껴지는 연기여서 안타깝다.
굉장히 어려운 연기를 잘 소화했음에도 불과하고 그녀는 더 성장해야만 한다.
그래야 그녀의 연기 하나를 통해 관객이 울고웃고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열정이 있는 배우가 꿈을 펼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아팠다.
차라리 누드를 찍지 말고 연기공부를 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컸다.
아 이런,
온주완이란 신인배우를 잊을뻔햇다. 얼핏보면 이 정을 닮은듯한 그는
충실한 연기를 보여준다. 잘 연마한 칼같다고 할까.
조그만 더 다듬으면 정말 대배우가 될것같다. 그의 연기변신이 기대되는 배우이다.
단점도 있지만 큰 장점도 있는 영화이다.
특히 메인주제곡이나 촬영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만큼 좋은 카메라 워크와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면 반은 성공하고 들어가는 정도라고 할 정도다.
정말 반할 정도로 좋은 메인테마곡과 정확한 카메라샷을 자랑하는 영화이다.
영화가 끝나고 박수가 나올줄 알았지만
역시 관객들은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한 마케팅 기법과 물량 투자에도 불과하고 이 영화는 크게 흥행은 못할 것이다.
그건 관객들의 반응이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설문지의 질문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이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시겠습니까?
글쎄...
보고 나온 뒤 임에도 50대 50이 되어버렸다.
별 3개 반을 주고싶은 영화임에도 추천이 꺼려지는 영화이다.
간만의 르와르 영화를 보면서 홍콩과 프랑스의 영화가 기억이 났다.
주윤발 식의 끈적한 홍콩영화(당위성을 너무 강조하는 아쉬움)와
블랙코미디 식의 차가운 프랑스 영화(현실이 비약적이라 너무 비현실같은)와는 다른 한국 영화였지만
감독이 모두 소화해 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영화가 다 잘된다면 바랄게 없지만
가능성이 높은 감독과 배우, 스텝들이기에 오늘은 혹평을 남기게 되었다.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