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yStory

곡성을 보고

샤이닝0 2016. 5. 13. 02:06

 

 

감독은 왜 낚시질을 했는가?

 

 

분명. 잘 만든 영화이다.

 

6년을 기다린 영화이고

전작 추격자(2007)에서의 출장안마 도우미 미진의 마음.

전작 황해(2010)에서의 택시 운전사 구남의 마음.

 

그리고 이번 곡성까지

모두 가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오늘은 신랄하게 감독을 좀 파헤쳐볼까한다.

 

(지금부터는 스포일러성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전작 추격자와 황해를 통해 우리나라 영화의 또 다른 장르를 만들어가는 나홍진 감독을 보았다.

 

정말 강렬하게 드라마를 만들면서도 인간의 숨은 심성까지 파고드는

스토리와 연기를 보면서 아 이 감독 참 멋지게 만든다는 생각이었다.

 

그 생각에 6년을 기다려 영화 곡성을 보았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없이.

선입견이 될까봐.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었다.

 

 

 

 

영화는 곡성에서 시작된다. 실지명을 공개하며 시작되는 스릴러.

사뭇 위험한 도전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감독이니까.

 

조용해보이는 시골마을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동네경찰 종구가 출동한다.

 

그는 이유없는 끔찍한 살해현장을 보며 어렴풋한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살인은 점점 범위를 넓혀가고

동네는 점점 더 흉흉해지기 시작한다.

 

결국 같이 일하던 동료경찰마저 외지인(일본인)이 오고 난 다음부터

이런 일이 시작된다는 소문을 전하기 시작한다.

 

겁을 먹기 시작하는 주인공.

 

그러던 어느날 종구의 딸 효진이 피부병에 걸리고 만다.

 

살인마들마다 이름모를 피부병에 걸리고 주변 사람을 모두 죽인후

자신은 자살하는 엽기사건.

 

결국 종구도 자신의 딸이 이상증세에 빠지자 외지인을 조사하러 나서게된다.

 

아무 증거도 없이 찾아간 외지인의 숙소엔

무서운 사냥개와 피해자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분명 사건과 관계있는 외지인.

 

감독은 여기서 첫번째 낚시질을 한다.

사람이 위험에 빠질땐 흉흉한 소문이 돌고 그걸 믿기 시작해서 폭행까지 할 수 있다는 군중심리와

사람은 자기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본다는 심리를 현상으로 영화의 첫번째 주제를 이끌어간다.

 

범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도 않은채

외지인을 범인으로 몰고 급기야 외지인의 개까지 때려죽이게된다.

 

감독은 주인공이 경찰임에도 정의나 냉정함과는 거리가 먼

딸의 고통앞에 약해져버린 아버지의 선택을 당연시하게 몰아나간다.

 

 

여기서 두번째 낚시질을 하는 것이다.

즉 첫번째 낚시는 관객들에게

"자 봐라. 인간은 약해지면 어딘가 의지하길 원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외지인을 희생양으로 몰아가길 원한다" 라고.

 

그리고 그 희생이 죄없는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아버지로서 최소한 가족을 지켜야하지 않는가" 라고

두번째 낚시까지 과감히 시도한다.

 

 

 

여기에 무명(천우희), 일광(황정민), 신부, 박춘배(연쇄살인마), 동네청년 등등을 배치시키면서

사건을 더 극단으로 끌고간다.

 

 

내가 생각하는 나 감독의 큰 장점은 영화속 가득히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아주 아주 적절히 배치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2시간 반짜리 영화를 보면서 어느 한 관중도 숨소리 조차 크게 내질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잘 스릴러를 만들어 가던 감독은

그만 실수를 하고 만다.

 

첫번째는 좀비의 출현이다.

탄탄하던 스릴러 영화는 좀비가 나오면서 코미디로 변할 뻔하고 만다.

 

현실에선 없는 좀비.

그리고 공포영화의 흔하디 흔한 소재 좀비가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오면서

멀쩡한 청년들을 물어뜯고 아무리 얻어맞아도 죽지도 않는다.

 

왜 공포의 정점이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은 좀비인가

 

그것도 샤머니즘 가득하던 영화속에서 좀비란 얼마나 이질적인가.

 

 

감독은 외지인의 파워와 공포를 좀비라는 연결고리를 가지고싶었으나

사실 감독의 욕심이 바로 이 낚시에서 실패하고 만다.

 

이 부분에선 좀 실망스러운 실소가 나온다.

 

 

 

 

 

두번째 실수는 일광에서 시작한다.

절망에 빠져버린 종구에게 장모가 추천한 용한 점쟁이가 찾아오게 된다.

 

용한 점쟁이 일광은 저주가 걸린 항아리를 찾아내고 병의 원인도 정확히 지적해내면서

답답한 영화의 한줄기 사이다 같은 존재감을 돋보인다.

 

그렇다. 바로 나 감독의 회심의 맥거핀. 일광이다.

 

(맥거핀 효과란 MacGuffin effect 영국의 공포영화 감독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영화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영화 사이코에서 여자주인공이 돈을 횡령해 모텔로 달아났다가 모텔주인 사이코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돈에 시선을 주목시키고 실제론 살인사건을 발생시키는 일종의 낚시인것이다)

 

 

일광은 돈 천만원을 당당히 요구하며 굿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옷을 갈아입는데 한복 속에는 범인이 입던 훈도시를 차고있다.

그렇다. 아주 당당히 나 범인이다. 아니 최소 범인이 아니면 범인의 동조자이다 라고 알려준다.

 

 

여기서 난 덥썩 물었다. 너무 뻔한 트릭이다.

 

외지인이 실제 범행을 보인 적이 없으므로 사실은 외지인이 목격자이고 범인은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그게 일광일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감독은 친절하게 범인이 누구인지 몇번이나 말해준다.

 

결국 굿을 하게 되고 거의 성공할 즈음 딸의 목숨이 위독해지자

종구는 할 수 없이 굿을 파하게되고 외지인은 목숨을 건지게된다.

 

결국 종구는 다시 외지인을 찾아 외지인 사냥에 나서는데.

 

동네 청년들까지 가세해 외지인을 절벽까지 몰았으나 결국 추적엔 실패하고 만다.

 

여기서 이 모든걸 지켜보던 무명(천우희)을 외지인이 발견하고

유일한 목격자인 그녀를 죽이려고 추적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산에서 떨어져 종구가 몰던 트럭에 치이게 되고

분노에 찬 종구는 증거를 인멸하려 외지인을 절벽에 버리게 된다.

 

 

그렇게 악의 근원이던 외지인을 처치하고 병원에 돌아오자.

딸 효진은 거짓말 처럼 병이 나아있었다. 모처럼의 해피엔딩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내기엔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 원인과 결말이 없었기에 해피엔딩이 될 수 없었다.

 

드디어 영화는 결말을 향해가는데

그렇게 정의롭게 악을 물리치던 일광은 갑자기

무명(천우희)를 보고 귀신이라 놀라며 무명이 진짜 범인이라고 종구에게 알려준다.

 

그러면서 자신은 무명으로 인해 죽기직전까지 몰리게된다.

그러다 다시 차를 돌려 종구의 집으로 향한다. (이 부분 편집은 이해가 안간다)

왜 두려워하던 일광이 다시 돌아가야했는지.

 

 

일광은 지금까지는 외지인이 범인이라고 하더니

갑자기 무명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그녀에게서 효진을 구하라고

 

 

 

 

 

종구는 집으로 향하지만 집앞 골목에서 효진을 만나게된다.

인간인지 귀신인지 정체를 모를 그녀.

그리고 이 모든 사실과 모든 살인 현장을 모두 목격한 그녀.

그녀는 종구에게 집으로 가지 말라고 한다.

 

 

새벽닭이 3번 우는 완전한 아침이 오면 돌아가라고 그러면 아무 희생이 없을 거라고.

 

관객들은 감독이 쳐 놓은 낚시.

외지인이 범인일지

무명이 범인일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아마도 감독은 끝까지 범인이 누군지 고민하게 하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광이란 낚시 때문에 관객들 대부분이

외지인을 범인으로 생각하다가

갑자기 무명을 범인으로 생각하는 오락가락을 당하게된다.

 

하지만 종구는 결국 참지 못하고 집에 돌아가게 되고

장모와 부인이 효진에게 살해당한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또 다른 장소에서는 살아남은 외지인이 숨어있는 동굴에 진실을 찾기위해

신부가 나서서 단독으로 외지인을 처치하기 위해 나선다.

 

결국 외지인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무명은 자신이 지키지 못한 슬픔에 눈물흘리고 만다.

 

종구는 효진에 의해 울면서 마지막 숨을 거두고

일광은 뻔뻔하게 나타나 죽어가는 종구의 사진을 찍고 떠난다.

 


그럼 왜 제목이 곡성일까? 곡소리

즉 죽은 사람을 기리는 울음소리.

곡소리가 나면 누군가 죽는다는 기본적인 설정이다.

여기에 무당, 신부, 외지인까지 뒤섞이면서

감독은 극한 상황에서 가족을 지켜야 하는 종구(관객)의 입장을 통해 스릴러를 완성시킨다.

 

 

전작 추격자에서는 딸을 만나고 싶었던 미진.

전작 황해에서는 사라진 부인을 만나고 싶었던 구남.

그렇게 세편의 영화에서는 일관되게 가족과 살인

그리고 잘못된 선택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을 다루고 있었다.

 

 

 

이번 영화도 탄탄한 연출력이라든가 쿠니무라 준의 핵열연

그리고 곽도원의 따스한 연기, 효진역의 김환희의 미칠듯한 연기까지

완성도 높은 한 편의 스릴러가 완성되었다.


그럼에도 일광으로 인하여 끝까지 관객을 낚시질하며 매달리게 만든 점은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일광이란 무당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무시무시한 악마로 부터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 믿었지만

 

일광이 범인과 한패가 되고 계속 종구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면서

일가족 모두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일광의 말대로 굿을 통해 살을 날려야 하는데 실패하면서

자신이 역살을 당하고 죽음에 몰린다 하더라도.

 

갑자기 정체성을 잃고 사진을 찍으며 악마의 행동을 같이 한다는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무당으로서

신을 믿는 무속인으로서

 

우리가 알아왔던 종교인 자체의 모습을 버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영화 90%까지 완성도 높던 영화는

감독이 더 스릴감을 강조하기 위해 넣은 일광으로 인해

오히려 스릴감을 놓치게 되고 만다.


 

 

 

처음 감독은 왜 낚시질을 했는가 라는 질문의 답은

내가 생각하기엔 감독의 자만으로 생각된다.

 

감독은 관객을 충분히 가지고 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원칙에 충실하지 않으면 결국 잡스러운 기술에 불과하다는 것.

 

물론 굉장히 잘 만든 영화지만 보고나도 찜찜함을 느끼고

그래서 누가 범인인데 라고 생각하는

결국 악마도 죽지 않았고 귀신의 존재도 밝혀지지 않았으며

일광의 일탈스런 행동조차 설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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