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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VS 택시운전사. 두 개의 시선

샤이닝0 2017. 8. 7. 16:06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어떤 영화는 실망스런 느낌도. 어떤 영화는 고마운 느낌도 들었다.

 

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을까 한다.

 

 

 

 

 

 

 

------- 이 후엔 영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은 넘기시는 편이 좋습니다.

 

 

 

 

 

 

 

 

거의 1년을 기다린 영화 두 편이 거의 동시에 개봉하였다.

 

하나는 베테랑의 감독 유승완의 신작 군함도

 

또 하나는 의형제의 감독 장훈의 신작 택시운전사

 

두 영화 다 역사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군함도는 일본 하시마섬의 1945년 이야기

 

그 곳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300억이란 거금을 들여 영화화한다.

 

주인공도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등 쟁쟁한 배우가 출연한다.

 

사실 영화 보기전부터 기대가 컸다.

 

역사적 사실을, 영화 잘 만들기로 소문난 감독이 만든다니

 

게다가 고증을 위해 수 많은 준비와  실제 섬을 제작하는 열정까지 보여주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아 이게 머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잘 만들 것 같던 영화는 이 경영과 송중기가 투입되면서 엉망으로 변해간다.

 

역사적 사실 그대로가 아니더라도 영화는 참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더 더 재미를 추구하였다.

 

조선인의 고통뿐 아니라 이경영이나 황종구 같은 친일파가 아직도 있으며

 

이들은 아직도 청산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에선 이들이 과도하게 출연한다.

 

거의 후반부 40% 는 일본에 고통받는 조선민족이 아니라

 

조선 민족 서로 싸우고 죽이고 이간질 하는 모습으로 변질 된다. 이게 아닌데

 

물론 친일파도 있고 배신도 있었겠지만 포커스가 여기 맞추어지는 것이 비껴간 듯한 느낌이다.

 

우린 군함도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를 보러간건데

 

감독은 이런 일도 있었으면 어땠을까로 변형하기 시작한다.

 

그 선두에 선 것이 송중기

 

영화는 뜬금없이 OSS 특수요원 송중기를 투입한다.

 

엔딩크레딧에 OSS 대장으로 외국인 이름이 있는 걸 보니 이전 장면도 있었을텐데 편집당한 듯 보인다.

 

그런데 이 OSS 조선 독립군의 역할과 의미가 그렇게 돋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젊디 젊고, 고생 하나 안해 보이는 송중기가

 

고생끝에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탈출을 하는 사람들의 리더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된 것이다.

 

따라서 이 젊고 멋지게 생긴 배우를 띄우려던 감독의 생각은 멋지게 빗나가고 만다.

 

이 역할은 산전수전 다 겪어 인생마저 포기한 듯한 강한 얼굴에 40대 배우가 맡았으면 어땠을까?

 

송중기 마냥 슈퍼히어로가 되어 여기저기 나서기 보단

 

시대감을 살려서 리얼한 전투에 투입되어 희생하는 모습을 그리는 것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물론 소지섭이 그 역할을 하지만 그도 그 역할을 100% 소화하진 못해 보인다. 적어도 극중 흐름으로 보면

 

여기에 또 한 사람. 극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등장한다.

 

바로 이 경영.

 

올해 13편의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 경영.

 

영화사 사장을 하면서 17세 미성년자와의 성매수로 처벌을 받은 그가.

(그는 모 방송에서 무죄를 주장하지만 집행유예와 벌금 5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결코 무죄가 아니다)

 

그렇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미스터리 인물이면서 이 영화를 이끌어가야할 그는

 

벌써 아 악역이구 배신자구나를 알아채게 만든다.

 

김빠진다.

 

왜 영화마다 출연해서 고춧가루를 뿌리는 건지.

 

물론 그가 대단한 연기력과 흡입력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된 그의 영화 출연으로 인해

 

누구라도 쉽게 아 저 사람 악역.

 

이런 쉬운 결론으로 영화를 풀어나가면 이게 무슨 재미인가.

 

이 영화는 300억의 돈 때문인지

 

우리나라 2500개 상영관 중에 2027개 상영관을 차지한

 

전체의 81% 라는 상영관을 독점하고

 

손익분기점이라는 1000만 관객을 목표로 한다.

 

오늘 까지 600만이 들었다고 하니

 

지난번 광해처럼 영화 마지막엔 1+1 마케팅을 통해 CJ 는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슴 아파하는 군함도라고 하는 상처를 어떻게

 

이야기로 풀고 상처를 치유할 것인지 감독의 고민이 작았다는 것이다.

 

물론 유승완은 상업영화의 감독이다.

 

그가 말한 대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영리했다면 송중기, 이경영 등의 미스 캐스팅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대규모 탈출 액션 영화가 아니라

 

군함도 잔혹사를 통해 우리가 받은 상처를 있는 그대로 묘사할 줄 아는 용기와 힘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잘 만든 영화임에도

 

우리가 웃지 못하는 이유는

 

CJ의 비열한 독점, 애국 마케팅도 있지만

 

그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 때문이란 걸 감독은,

 

영화사는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거기에 비해 역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택시운전사.

 

 

 

이 영화는 상당히 영리하다.

 

음악하나 등장인물 하나 에피소드 하나

 

그리고 밥먹는 신 하나 허투로 넘기지 않는다.

 

울라고 강요도 하지 않는다

 

그냥 눈물이 흘러 내린다.

 

총을 맞는 동네사람, 학생, 아지매, 할아버지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투영하면서

 

우리 민족의 1980년 5월의 봄을 투영하는 것이다.

 

소시민이면서도 정치적 견해가 없는 택시운전사를 통해

 

왜 서민이 그리고 죄없는 국민들이 다치고 상처받아야 하는 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역사극에 무엇을 가미하는 방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남아있는 우리에게 어떤 역사가 있었고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담담히 관객의 몫으로 남겨준다.

 

 

 

역사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때론 교활하게 역사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두 가지 시선이 올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송강호는 정말 멋진 배우이다.

 

시선하나 대사 하나하나 그 당시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연기한다.

 

정말 어려운 영화에 정말 멋지게 연기해 준 그에게

 

그리고 이렇게나 멋지게 스토리를 만들어 준 엄유나 씨(각본)

 

그리고 역사를 알게 해준 장훈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할 뿐이다.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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