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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가이 vs 소프트맥스(마그나카르타)

샤이닝0 2021. 8. 17. 09:51

라이언 레이놀즈의 신작

생각없이 주말에 영화관을 찾았다.

 

1년이나 기다린 영화 프리가이가 하고 있었다.

 

나 같은 게임, SF 매니아라면 당연히 보아야 했다.

 

그런데

 

거기에 아픈 사연이 나올 줄은 몰랐다.

 

 

코믹 영화이다.

 

정신 없이 보다보면 과도한 CG에 초반엔 잠도 들고

 

후반엔 집중력 있게 주제를 향해 나아가기도 하는 영화

 

나의 평점은 7점

 

생각 보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많이 담겨져 있다.

 

게임 제작자의 원래 소스를 찾는 과정 뿐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의 소망을 담기도 하였다

 

거기다 헐리웃 특유의 사랑이야기까지 달콤하게 담고 있다.

 

여기까지는 평범했는데

 

어떤 사건 하나가 머리 속에 떠오르고 말았다.

 

Softmax. 1993~2016년까지 있었던 대한민국의 게임 제작 회사.

 

옛날에는 한국 최고의 게임 제작사라는 찬란한 타이틀을 가지고 손노리와 함께 국내 게임 시장의 황금기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었던 회사였으나,

명예와 지위에 안주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그대로 실패해버린 비운의 게임 회사

 

나에겐 35년된 절친이 있다.

 

이 친구는 게임이 너무 좋아서 소프트맥스란 회사에 4년간 지원하여

 

결국 채용이 되었고 거기서 디렉터까지 맡게 되었다.

 

그 친구가 야심을 가지고 만든 작품

 

바로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였다.

 

가슴아픈 마그나카르타

2001년 소프트맥스는 그 당시 하반기의 인기순위 & 기대순위 1위를 거의 독식하는 회사였다.

 

그 당시 게임회사는 1년마다 하나씩 게임을 출시하며 1년간의 개발비용을 매 게임 출시 후 회수하여 다음 해에 출시할 차기작에 투입하는 방식이었다.

 

2001년 12월에 마그나카르타 눈사태의 망령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가지 문제가 걸려있었다.

 

하나는 게임 엔진,

다른 하나는 코스닥 상장이었다.

 

하나는 그동안 2D 만 해왔던 소프트맥스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3D 였고 여기에 사용할 엔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수라엔진이라는 엔진 개발에 게임 외적인 시간과 인력을 소모해 버리고 만다.

 

이렇게 1년이라는 개발기간 동안 여러가지 시행 착오가 터지면서 개발이 지연되고 게임 퀄리티는 바닥을 찍고 만다.

 

이때 정영원 사장은 코스닥 상장이라는 절대 찬스를 만나게 된다.

 

출시를 연기하면 게임 완성도는 올라가지만 매출이 주가에 영향을 못 미치기 때문에

 

무리하게 출시를 고집하게 된다.

 

즉 게임을 선택하면 돈이 줄어들고

 

돈을 선택하면 게임이 망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당연히 사장은 돈을 선택한다.

 

이에 내 친구를 비롯한 주요 개발진들이 보이콧 사태까지 벌였으나

 

사장은 모든 반대를 거부하고 출시를 하게 된다. (이후 직원들은 모두 떠나가 된다)

 

이 후 주식은 대박이 나서 사장은 5배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나

 

출시된 게임은 어마어마한 버그와 밸런스 붕괴 , 세이브가 불가능한 게임에서 게임이 멈춰버리는 버그로

 

많은 플레이어들을 좌절시킨다.

 

이에 모든 구매자들에게 전원 환불조치라는 전무후무한 조치를 단행하지만 ,

 

이미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실망하고 떠나게된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사는 막을 내리게 된다.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실망한 게이머들은 다시 소프트맥스를 찾지 않게 된다.

 

나는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개발진의 절친으로서

 

애정어린 시선으로 많은 기대를 하였으나 일련의 사태를 지켜만 보아야 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앤트완 같은 제작자가 있는가 하면

 

정영원 사장 같은 제작자도 있고,

 

디아블로3를 10년에 걸쳐 개발하는 블리저드 같은 개발사도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내 친구는 아직도 게임 개발을 하고 있다.

 

곧 PC 게임을 출시한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

 

난 2001년의 한국 게임의 전성기와 몰락기를 동시에 간접 체험하였다.

 

내가 좋아했던 게임

그리고 내 친구

그리고 게임의 몰락.

 

영화에서 게임은 단순히 즐길 거리가 아닌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게이머들의 꿈을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일례로 게임제작사는 GTA 식의 죽이고 빼앗는 체험 게임을 제공하지만

 

게이머들은 게임속에 구현된 환상의 세계를 동경하는 식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1레벨의 착한 플레이어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말이다.

 

 

앞으로 수많은 게임과 영화들이 나올 것이다.

 

한국에도 배틀그라운드 처럼 대단한 게임도 나올 것이고

 

마그나카르타 처럼 슬픈 게임도 나올 것이다.

 

다만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게임들이 많이 나와서 세계에 이름을 떨쳤으면 한다.

 

잠시 2001년의 추억속에 빠져 보았다.